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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기장힐튼 가족여행

The KAY 2020. 4. 20. 15:11

토요일 아침 운동 갈 준비하는데, 문득 엄마한테 연락을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스크림 쿠폰 한 장 보내 드렸더니, 전화가 또로로. 할아버지가 오빠가 있는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했다. 연세가 아흔 둘 이시니, 기력 떨어지시는 건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고, 심각한 상태가 아니니 병원에 계실 동안 마음 편히 쉬시라 했다는 오빠의 이야기를 듣고, 간만에 아빠와 거제로 와서 점심 식사 한 끼 할까 싶었다는 엄마.

거제는 너무 멀고, 부산에서 보자 하고 전화를 끊고 나니, 멀리 오시는 김에 호텔 하루 예약하고 좀 쉬게 해 드려야겠다 싶었다. 부랴부랴 호텔을 찾고, 엄마 아빠께 기차 타고 내려오시라 말씀을 드렸다. (부산역 선상주차장으로 가는 길을 막아놔서, 서울 가는 일방 고가도로 타느라 얼마나 식은 땀을 흘렸던지. 하하)

기장 힐튼은 듣던 대로 정말 아름다웠고, 모든 스텝들이 친절하고 따뜻한 곳이었다. 오션뷰가 조금 많이 아쉬웠지만, 저녁을 먹고 들어가니 마운틴 뷰도 꽤 괜찮았다. 트윈룸에 간이침대 하나 추가했는데, 내가 잔 간이침대의 침구류까지 정말 최고였다. (다음 번엔 오션뷰로 날이 좋을 때 꼭 다시 가야지!)

저녁에는 호텔 근처 <촌집> 이라는 식당에서 짚불곰장어로. 소금구이 1kg + 양념 1kg 했는데, 셋이 넉넉하게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역시 나는 소금구이가 맛있었지만, 양념 곰장어 먹고 그 양념에 볶은 치즈 볶음밥은 별미 중 별미였다. 들어와서는 테이블서 챙겨 온 와인 홀짝거리며, 밀렸던 이야기들도 나누고. 푹 자고 일어나 너무나 멋진 뷰가 보이던 아난티코브 입구 쪽 레스토랑에서 조식도 야무지게. 체크아웃 하고 나오는 길에는 기장 아울렛에 잠시 들러 구경도 좀 하고, 근처 검색을 해 보니 물회 맛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한 그릇 가볍게 하고 기차역으로 다시 모셔다 드렸다. (식당은 명품물회 송정점. 손님이 많았지만, 식당과 주차장이 워낙 넓고 음식이 아주 빠르게 나와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고 나올 수 있었다. )

24시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여행이었고, 갑자기 너무 큰 돈 쓴 거 아니나며 걱정하시면서도, 얼마나 좋아 하시던지. 좋은 곳에서 머물며 바다도 실컷 보고, 맛있는 것 맛보게 해 드려서 나도 너무너무 행복했다. 함께 움직이며 나눴던 대화의 팔할은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지금 가진 것들이 얼마나 풍요롭고 행복한 지. 이렇게 사랑이 많고 따뜻하고, 축복받은 사람들이 내 가족이어서, 내가 이렇게 멋지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구나. 다시 한 번 감사 또 감사했던 시간이었다.

덧) 돈을 쓰면서 이렇게 행복하다니. 1박 2일 내내 나는 Having 의 상태였던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