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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ay_Review

사람에 대한 예의 [2020. 08. 04]

by The KAY 2020. 8. 4.

역시 기자출신의 저자가 쓰는 글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게다가 글의 구성까지 다채로워서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내용 자체는 결코 편하지 않다. 조곤조곤 뼈때린다. 날카로운 싸리빗자루로 쉴새없이 종아리 맞는 기분이다. 계속 찔리고 아프다. (읽고 나니 만신창이.)

거악을 떠받치고 있는 작은 악들은 평범하고 착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 그 평범하고 착한 얼굴의 작은 악이 나임이 틀림 없다는 것, 내 마음 불편하다고 방조하고 외면한 수많은 사회의 아픔이 결국 곪을 대로 곪아 큰 재앙이 되고, 괴물을 만들고, 사회를 어지럽힌다는 것.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이 생각 하니 벌써 피로가 몰려 오지만) 그래도 시시하게 살지는 말자는 것.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도, 지더라도 개기자고, 남의 인생 카피해서 살지 말자고, 세상에 길들여지지 말자고. 기준 딱 가지고 할 말 하면서, 하찮아지느니 불편해지자고 말한다.

격하게 반성하고, 또 힘차게 동의한다. 

그런데 딱 하나 불편한 지점이 있었다. 저자가 지금 이 사회의 시스템을 만든 기성세대라는 것. 게다가 저자는 소위 메이저 언론사의 편집장까지 역임한 사람이다. 책에서도 수차례 고백했듯, 사회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조하고, 때론 눈감는 것으로 동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세대의 무게를 오롯이 짊어지고 나가야 할 후세대의 이들에게, 할 말 하면 조리돌림 당하거나, 이상한 사람 취급 받거나, 불이익을 받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사회 문화와 시스템 안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내자 연대하자 말하는 것이 공평하고, 합리적인 것인가.

물론 변화는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 책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말을, 용기내어 한 것이라는 것도 알겠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쳐 두었던 수많은 밑줄을 읽고 또 읽어 나갈 것이다. 하지만, 기성세대로서의 반성은 어디에 있는 지 물어보고 싶다. 착한 이들이 끊임없이 백업이 되어서 아래로부터 시작되는 변화만이 늘 인류 역사를 바꿔 왔지마, 뭔가 잘못된 사회와 시스템을 만든 기성세대는 그냥 잘 안 변하니까 그렇게 살다 죽도록 내버려두면 되는 것인가. 

저자가 쓴 기사들을 다시 한 번 살펴 볼 참이다. 

#K가사랑한문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