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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가사랑한문장들3

노르웨이의 숲 [2020. 08. 17] #노르웨이의숲 초등학교 때부터 고향집 책장에 늘 꽂혀있던 ‘상실의 시대’를 기억한다. 본당 신부님이 로마로 유학가실 때 주신 책이었는데, 엄마가 스무살 때까지 읽지 못하게 했었다. 대학 입학하고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드디어 펼쳤다. 그때의 나는 내가 만든 규칙따윈 없는, 보수적인 학교와 어른들이 가르쳐 주는 예의범절과 규범만이 존재하던 시기였고. 당연히 이 소설은 거북할 수밖에 없었고. 뭔가 죄짓는 생각, 얘네 진짜 왜이래 싶은 생각. 결국 중간에 읽다 말았고. 서른 여섯 뜨거운 여름 이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세상에, 너무 좋은거다. 15년 동안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길래 이 책이 이토록 좋은걸까 싶을 만큼. 문장 하나 하나가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경이로움에 몸서리치며, 몇 개의 문.. 2020. 8. 17.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2020. 08. 15] #아침에는죽음을생각하는것이좋다 냉정한데 웃기고, 심각한데 흥미진진하다. 한 챕터를 다 읽고, 이 칼럼이 쓰인 날짜들과 그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 떠올려 보면, 모골이 송연할 지경이었다. 또 글이 쉽다. 빵빵 터진다. 글에 담긴 세상을 바라보는 깊은 시선과 기발하게 던지는 질문들은, 독자를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만든다. (감히 표현하자면) 기깔난다. 또, 대상의 본질을 꿰뚫은 혜안으로, 행간 사이사이에 송곳처럼 날카로운 의미들을 샌드위치 속 마요네즈처럼 구석구석 발라놓고, 읽는 이가 이를 고추장 맛이 난다고 하건 된장 맛이 난다고 하건 개의치 않고, 도리어 이런 다양한 맛이 난다고 느끼고 깨닫기를 원한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가르치는 자가 아니요, 깨닫고 해석하는 바는 내가 아니.. 2020. 8. 15.
책에 바침 [2020. 08. 15] #책에바침 원래 너무 사랑하면 가지고 싶은 게 당연한 거 아니겠나? 라고 주장하며 꾸준히 책을 사 모으고 있지만, 책구매가 아무리 옷이나 구두 사 모으는 것보다 죄책감이 덜 할지라도, 책장이 모자라 바닥까지 나뒹구는 책탑들을 보면 스멀스멀 절제해야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장서인을 주문제작했다. 😎 이토록 절절한 책사랑이라니! 장서’광’ 이라는 단어가 찰떡인 작가가 책에 바치는 찐득한 헌사이자, 책에 대한 물욕이 넘치는 나같은 애서가를 위한 완벽한 반론이렷다. 그리하여 나는 앞으로 어떠한 죄책감 없이 계속계속 책을 사 읽고, 연필로 긋고 태그를 붙인 나의 역사를 차곡차곡 쌓아, 나만의 개인 도서관을 만들어서 오래오래 흐뭇하게 바라볼테다. #쌤앤파커스 #K가사랑한문장들 2020. 8. 15.